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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만경

아작

김현중 (지은이)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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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한국 장르문학의 숨은 고수, 김현중이 돌아왔다!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닭 흰부리와 함께.


어쩌면 작가로서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숨은 적도 없는데 숨은 고수라니요. 어쩌면 작가로서는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숱한 걸작을 발표했는데 〈묘생만경〉만 기억되다니요. 사실 그 억울함과 섭섭함은 김현중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은 편집부의 마음이었고, 그래서 작가의 많은 작품 중 이것들만은 독자들에게 꼭 내놓아야겠다 마음 먹은 열 편의 작품을 추리고 추려 엮었습니다.

먼저 근래 수십 년을 통틀어서라도, 한국 장르문학에서 배출한 가장 탁월한 단편 중 하나인 〈묘생만경〉을 놓치지 마십시오.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이미 받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또, 출간 10년이 지나고 절판되어 독자들이 찾아보기도 힘든 작가의 유일한 소설집 《마음의 지배자》에 수록되었던 숱한 걸작 속 주인공들을 만나보십시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공지능 로봇 피노키오와 인간의 유전자로 태어난 돼지 동호, 그리고 김현중 작가가 창조해낸 매력적인 영웅과 반영웅들까지.

그리고 또 빠져보십시오. 《마음의 지배자》 이후 지난 10년간 작가가 엮어낸 그만의 환상적인 세계들 속으로. 소설집을 먼저 읽은 정세랑 작가는 말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이 사랑에 빠질지 충격에 빠질지 궁금하다.” 또 소설집을 먼저 읽은 이수현 작가는 말했습니다. “지금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독자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실 독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당신이 흰부리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흰부리의 복수에 충격을 느끼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가 김현중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잊히지 않는 소설을 두려움 없이 쓰리라 믿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표현을 빌어, “들판에 혼자 선 사람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철과 같은 기백으로 한 치 물러서지 않으면서”요.

작품 해설

우리는 모르기에

내가 김현중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함께 웹진 거울에 몸담고 있었을 때였다. 다른 글도 좋았지만 <묘생만경>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반할 수밖에 없었다. 허생이라는 고양이 영물이 화자로서 서술하는 닭 흰부리의 치열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과 복수의 서사는 정말이지, 단편이라는 분량으로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해내고 결말에 전율과 감동까지 주지 않나. 게다가 화자가 고양이고!
당연히, 이 작품에 매료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묘생만경>은 2010년도 웹진 거울의 연간 중단편선 표제작이었다. 그리고 2013년에 <마음의 지배자>를 표제작으로 소설집이 나왔을 때도, 편집부가 홍보를 겸한 별책부록으로 만화화한 작품은 <묘생만경>이었다. 원사운드 작가가 그린 이 만화는 아직도 한 번씩 회자되곤 한다. 《마음의 지배자》가 절판되고 나서도 <묘생만경>을 찾는 이들은 계속 있어, 2019년에 따로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이 만들어졌고 다시 12부작 웹툰으로도 만들어졌다.
한 작품이 이토록 강렬하게 독자들의 기억에 남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독자로서 감탄하고, 작가로서 부러울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독자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혹시 김현중 작가의 작품을 이 <묘생만경> 하나밖에 접해보지 못한 독자라면 이제 다른 작품들을 읽기 좋은 출발점에 섰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몰입감 있게 재미있고,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되 나중에는 곱씹게 만드는, 단단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

환상문학을 정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환상문학이 갖는 장점도 한 가지가 아니다. 문학의 환상성은 때로는 독자가 현실이라는 중력에서 벗어나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고, 때로는 시야를 뒤집어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사실에서 벗어남으로써 진실을 담아내는 것이다.

“환상적인 서사는 그것이 이야기하는 바가 사실이라고 단언하면서도 명백하게 비사실적인 것을 도입함으로써 사실주의의 전제들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독자를 잘 알려진 일상 세계의 친숙성과 안정성으로부터 끌어내어, 보다 낯선 어떤 것, 일반적으로 경이로운 것과 관련된 영역에 더 가까운 비개연성의 세계로 이동시킨다.(로즈메리 잭슨 <환상성> 중에서)

이때 환상성은 인류학에서 말하는 ‘낯설게 하기’와 같은 기능을 발휘한다. 독자는 비개연성의 세계로 이동함으로써, 친숙하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일상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초능력이 있고, 영물이 있고, 외계 지성체가 있다고 해도 그 세계는 단단하고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땅에 단단히 뿌리내린 디테일이 우리로 하여금 그 세계를 믿게 만든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이 세상이 정말로 우리에게 친숙한 세상과 다른가? 왜 우리는 <묘생만경> 같은 소설을 읽고 나서 ‘환상적인 이야기였어!’라고 하기보다 ‘진짜 있었던 일 같아!’라고 말하게 되는가?
물구나무를 잘 서지 못했던 어린 김서권에게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장도리의 주장은 그랬다. 내가 세상을 다르게 보기를 두려워하는 거라고. 지금 보이는 세상에서 벗어나는 걸 원하지 않는 거라고(<물구나무서기> 중에서).”

김현중이 소설 속에서 구사하는 비사실적인 요소들은, 말하자면 김서권의 물구나무서기와 비슷하다. 그리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은 몰랐다고 깨닫게 만든다.

“우리는 모른다.”

나는 김현중의 작품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우리는 모른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로 알게 될 것이다”와 같은 낙관적인 근대과학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한다”는 냉소도 아니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처럼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묘생만경> 중에서)”는 자세에 가깝다.
그리하여 이 소설집에서 “우리는 모른다”는 명제는 때로는 깨달음으로, 때로는 공포로, 때로는 희극으로, 때로는 비극으로 그려진다.

(...)

우리는 많은 것들을 모른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모른다고 해서 꼭 알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일 때 생각지 못한 미래를 얻기도 한다. ‘기대’라는 이름의 기쁨 말이다.
말하자면 김현중이라는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소설을 발표할지에 대한 나의 기대도 그런 기쁨이다.

&#8212; 이수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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